[데스크 칼럼] 아이맥스, 뭔지나 알고 규제하십니까

입력 2023-09-19 18:00   수정 2023-09-20 00:30

“극장 편성 담당자들은 가을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연초부터 미뤄놨던 ‘숙제’를 본격적으로 풀어야 할 때거든요.”

얼마 전 만난 극장체인 관계자 A씨는 생각지도 못한 스크린쿼터 얘기부터 꺼냈다. 스크린쿼터 때문에 4분기 편성이 엉망이 된다는 하소연이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시절 스크린쿼터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사실에. K콘텐츠를 전 세계에 팔아치우는 대한민국이 정작 다른 나라 콘텐츠는 막고 있다는 아이러니에.

이게 다가 아니었다. “정부가 스크린쿼터를 영화관이 아닌 각각의 스크린마다 걸어놓은 탓에 그 귀한 아이맥스(IMAX)관도 1년의 5분의 1(73일)은 무조건 한국 영화를 걸고 있다”는 대목에선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10여년 전 노부부의 사랑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아이맥스관에 걸렸던 비밀이 그제야 풀렸기 때문이다.
매년 73일은 한국 영화 걸어야
영화팬들에게 아이맥스는 ‘힙 플레이스’다. 일반 스크린보다 몇 배 클 뿐만 아니라 숨은 영상도 볼 수 있어서다. 그중 으뜸은 ‘용아맥’(CGV 용산 아이맥스)이다. ‘미션임파서블7’ 같은 블록버스터가 나오면 좌석은 순식간에 동나고 ‘당근’에선 2~3배 웃돈이 붙는다. 티켓값이 두 배 가까이 비싼데도 그렇다.

지금 용아맥엔 아이유 콘서트가 걸려 있다. 콘서트 실황을, 그것도 1년 전에 찍은 걸 1주일째 틀고 있는데도, 용아맥은 올해 숙제를 33일치밖에 못 했다. 연말까지 남은 100여 일 중 40일을 한국 영화로 채워야 한다. 용아맥의 맞수인 ‘코돌비’(메가박스 코엑스 돌비시네마관)와 ‘월수플’(롯데월드타워 수퍼플렉스관)도 똑같은 처지다.

이러니 편성 담당자들의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 자칫 스크린쿼터에 몰려 아이맥스 수요가 넘쳤던 ‘듄’을 내리고 ‘연애 빠진 로맨스’를 올려야 했던 2년 전 상황이 재연될 수 있어서다. 12월에 나오는 ‘아바타2’를 아이맥스에 태우기 위해 ‘뜨거운 피’와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로 미리 스크린쿼터를 채운 작년 전략을 올해 또 쓸지도 지금 따져봐야 한다.
규제에도 융통성 필요
‘스크린별 쿼터 적용’ 규제 때문에 최근 5년간 45편의 ‘한국산 비(非) 아이맥스 작품’이 아이맥스관에서 상영됐다. 황당한 건 규제의 피해자는 많은데, 득 본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국산 로맨스 영화가 아이맥스에 올라봤자 텅텅 비니, 영화관과 제작사는 그리 반기지 않는다. 아이맥스관이 비었다고 국산 독립영화를 넣을 리 만무하니, 영세 영화인들의 살림이 나아질 것도 없다. 최대 피해자는 선택권을 빼앗긴 소비자들이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규제가 아직도 살아 있는 건, 담당 공무원이 아이맥스가 뭔지 모르기 때문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스크린쿼터를 영화관 지점별로 적용하자는 A씨의 주장은 들어볼 만했다. 예컨대 CGV용산에 있는 20개 상영관을 하나로 묶어 1년에 1460일을 지키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이러면 아이맥스관은 그에 맞는 영화를 1년 내내 틀 수 있다. 일반 상영관에서 한국 영화를 더 틀면 되니까.

A씨의 표정은 사뭇 간절했다.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 문제를 알았다면 진즉에 이렇게 바꾸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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